영화와드라마

1분에 담긴 영원, 아비정전

착한토끼 2008. 7. 23. 21:54
1 9 6 0 년  4 월 1  6 일

  오 후  3 시  1 분  전

  아 비 정 전 : Days Of Being Wild, 1990

 

 

 

" 내 시계를 봐."

 

" 내가 왜 그래야 하나요?"

 

" 딱 1분만 봐주지 않겠어?"

 

째깍되는 시계 초침과 1분이 지난 뒤 아비는 말한다.

 

"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1분전, 당신은 나와 함께했어.

 당신 덕분에 난 그 1분을 기억할거야.

 지금부터 우리는 1분의 친구지. 이건 네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왜냐하면 그건 과거가 되었거든."

 

 

 

 

 

 언제나 쓸쓸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슬픈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

 나는 어릴 적 영화속 장국영을 보며 늘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가떠난지 어느덧 오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아비정전

 패왕별희

 해피투게더

 

 그 불안한 슬픔을 마주대하려고 연기를 하는것만 같았던 사람.

 아비는 당신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1분으로 시작된 인연. 그리고 그녀.

 

 

 

 

 1분에 기댄 사랑을 해본적도 없지만, 해볼 자신조차 없는건 나는 그녀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다림에 익숙한 사랑이 되어 버리면 다시만난 사랑도 잡을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것이 자신의 사랑에 대한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랑도 한다.

 

 사랑이 찾아올 때,

 ' 나 갈겁니다' 하고 오지 않음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그녀는 낯설게 찾아 온 사랑을 또 그렇게 낯설게 잃어버린다.

 

 그녀에게 간직된 1분은 단 한순간이었던 찰나임과 동시에 영원이었고, 약속이었다.

 떠난 아비를 계속 찾고 그리워함은 단순히 보낸 시간적, 물리적인 공존에 맞물린 추억때문이 아니라

 그저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게된 수리진, 그녀 자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누구를 사랑했는지 조차 몰라.

 

 

 

 

 이토록 가여운 말이 세상에 또 있기나 할까?

 영화를 세번째 보던날, 나는 제대로된 사랑을 받은 사람이 상대를 사랑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에게 편린 된 유년시절과 어머니로부터의 상처, 는.

 영원한 사랑따위를 믿지 못하는 불구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을.

 

 다시 아비의 지독한 외로움과 망각으로 초대되는 기분이다.

 

 

 발 없는 새의 날개짓

 

 " 발 없는 새는 평생 한번 쉬는데 그건 바로 죽을때지. "

 

 

 

 공허함마저 느끼게 했던 아비의 저 대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한마디.

 한번 버려진 사람의 삶이, 그것도 어머니라는 존재로부터.

 종국에는 끝내 어떻게 버려지는가에 대해 보게 되었다.

 

 그가 수리진의 곁에 머무르지 못했던 이유.

 여전히 나는 다 알 수 없지만 조금, 아주 조금은 그저 느낀다고 할 정도만 이해할 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네 사람은 마치 커다란 원안에서 서로의 곁은 빙글거리며 돈다.

 만나는 지점도 없이 그저 서로의 곁을 배회하고 서성일뿐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기약없는 기다림이 되기도 하고,

 어떤 누구에겐 도피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발없는 새는 땅에 닿는 그 순간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끊임없는 날개짓을 한다.

 

 

 잊었다고 전해줘, 무엇이 잊혀졌을까.

 

 외롭다고 온몸으로 외쳐도, 나 이외엔 그 누구도 대신 겪어내주지 못할 아픔들이 있다.

 그것은 항상 과거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들로 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그것들에 의해 잠식될때에 그저 고스란히 그것에 지배 당해야만 한다.

 

 아비가 마지막에 했던 말.

 

 " 나는 전부 잊었다고 해줘, 서로를 위해 그러는게 좋아."

 

 " 난 기억해야 할 것은 잊지 않아 "

 

 

그 무엇도 잊혀진것은 없어.

 

 

 

아무것도 없어지고, 지워진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네 삶의 모든 시간들과 표적들이 그렇고

설사 기억해내지 못하는 순간이 있어도 어느 누구에게 간직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비의 저 말처럼,

나란 사람도 기억해야 할 것을 잊지 못하는 본능이 내재 되어 있다.

그 기억이 전부인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수리진 처럼.

 

그저 영화 속 스크린 끝까지 차오른 슬픔에서 헤엄치다,

신나는 리듬마저 눈물짓게 만들었던 아비의 춤사위가 그립다.

 

 

 

 

 아비정전 中 Maria el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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